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어떤 커피는 상큼하고, 어떤 커피는 묵직하며 또 다른 커피는 단맛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단순히 로스팅이나 추출 방식에 그치지 않고, 원두의 품종과 재배 환경, 그리고 생두 품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본 글에서는 커피 맛을 결정하는 4대 요소(산미, 단맛, 바디, 후미)와 함께, 커피의 맛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 품종들(예: SL28, 게이샤, 버번 등)의 특징까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1. 커피 맛을 결정짓는 4가지 핵심 요소
1-1. 산미 (Acidity)
산미는 커피 맛의 생동감과 신선함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흔히 '신맛'이라 표현되지만, 고품질 커피에서는 과일처럼 상쾌하고 복합적인 산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좋은 산미: 레몬, 사과, 베리류의 향과 어울리는 상큼한 느낌
- 산미 강조 원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게이샤 품종
- 로스팅 영향: 라이트 로스트에서 산미가 가장 잘 살아납니다
1-2. 단맛 (Sweetness)
단맛은 커피의 기본적인 풍미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설탕과 같은 강한 단맛이 아닌 천연 당분의 은은한 단맛을 의미합니다. 숙성도 높은 체리에서 수확된 원두일수록 단맛이 두드러지며, 내추럴 가공 방식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 단맛 강조 품종: 콜롬비아 카투라, 브라질 카투아이
- 추출 방식: 드립 커피에서 단맛이 섬세하게 표현됨
1-3. 바디 (Body)
바디감은 커피를 입안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과 무게감입니다. 물처럼 가볍거나, 우유처럼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바디의 차이입니다.
- 라이트 바디: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 (에티오피아, 게이샤)
- 풀 바디: 묵직하고 진한 맛 (브라질, 인도네시아, 로부스타)
- 영향 요인: 품종, 고도, 가공 방식, 로스팅
1-4. 후미 (Aftertaste)
후미는 커피를 마신 후 입안에 남는 잔향과 여운입니다. 좋은 커피는 후미가 길고 기분 좋게 이어지며, 복합적인 향미를 느끼게 합니다.
- 좋은 후미: 초콜릿, 꽃 향, 구운 견과류 등이 부드럽게 남음
- 짧은 후미: 품질이 낮은 원두나 과로스팅된 원두에서 나타남
2. 커피 품종과 품질의 상관관계
커피 품종은 곧 커피의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재배되더라도 품종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품질 평가는 해당 품종의 특징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가 핵심입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스페셜티 품종들의 특징입니다.
2-1. SL28 – 케냐의 자존심
SL28은 케냐에서 개발된 아라비카 품종으로, 탁월한 산미와 복합적인 향미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 주요 산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 특징: 감귤류, 블랙커런트 향, 와인과 같은 산미, 선명한 컵 프로파일
- 가공 방식: 주로 워시드
SL28은 테루아르의 영향을 잘 받으며, 고도 높은 곳에서 재배될수록 뛰어난 품질을 보여줍니다.
2-2. 게이샤 – 스페셜티의 황제
게이샤(Geisha 또는 Gesha)는 파나마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품종으로, 향기로운 꽃 향과 복합적인 과일 향이 특징입니다. 1kg당 수십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의 커피이기도 합니다.
- 주요 산지: 파나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 특징: 자스민, 복숭아, 베르가못 향, 매우 밝은 산미, 라이트 바디
- 추천 추출: 핸드드립, 사이폰
게이샤는 극도로 섬세하고 까다로운 품종으로, 재배와 가공의 정밀도가 높을수록 그 품질이 극대화됩니다.
2-3. 버번(Bourbon) – 고전적 품질의 대명사
버번(Bourbon)은 예멘에서 유래된 전통 품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며 균형 잡힌 맛과 안정적인 품질로 유명합니다.
- 주요 산지: 콜롬비아, 브라질, 르완다, 엘살바도르
- 특징: 단맛 강조, 중간 산미, 부드러운 바디
- 가공 방식: 워시드 또는 내추럴
버번은 커피 입문자에게 가장 친숙한 품종이며, 대부분의 블렌드에도 포함될 만큼 안정적인 맛을 제공합니다.
2-4. 기타 인기 품종 요약
- 카투아이(Catuai): 브라질과 중남미에서 널리 사용되는 품종, 내병성이 강하며 단맛이 좋음
- 파카마라(Pacamara): 대립종으로 향미가 풍부하고 독특한 향미 표현이 가능
- 티피카(Typica): 고대 품종으로, 부드러운 맛과 클린컵이 특징
3. 결론 – 커피는 과학이자 예술
커피의 맛은 단순히 ‘쓴맛’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커피가 지닌 산미, 단맛, 바디감, 후미는 마치 와인처럼 복합적인 구조를 이루며, 품종과 재배 조건, 가공 방식이 그 맛을 완성합니다. SL28의 감귤 산미, 게이샤의 꽃 향과 복합성, 버번의 밸런스 있는 단맛처럼, 각 품종은 고유의 개성과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기만 하는 데서 나아가, 그 맛의 원인을 이해하고 분석해보는 것은 커피를 더 깊이 있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자신만의 취향을 찾기 위한 커피 탐험을 시작해보세요. 좋은 커피는 단지 맛있는 커피가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이해할 때 비로소 완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