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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및 맛집

신사의 나라에서 피어난 커피 향: 영국 커피의 역사와 문화

by King D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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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나라에서 피어난 커피 향: 영국 커피의 역사와 문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영국 커피. 영국은 '차(Tea)'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사실 커피 문화 역시 오랜 역사와 독특한 발자취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온 영국의 커피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티 타임'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영국 커피의 모든 것을 파헤쳐 봅시다.

☕ 기원: 터키에서 유럽, 그리고 영국으로

영국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것은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650년, 옥스퍼드에 레바논 출신 유대인이 영국 최초의 커피 하우스인 **'The Angel Inn'**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어서 1652년에는 파스쿠아 로제(Pasqua Rosée)라는 터키인에 의해 런던에 첫 커피 하우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터키 커피 하우스'로 불리게 됩니다.)

당시 커피 하우스는 단순한 음료 판매점을 넘어 사교, 토론, 정보 교환의 중심지였습니다. '페니 유니버시티(Penny University)'라고 불릴 정도로 1페니만 내면 커피를 마시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작가, 상인, 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신문과 잡지를 읽고, 시사를 논하며, 비즈니스를 논의했습니다. 로이즈 보험(Lloyd's of London)의 기원이 된 '로이즈 커피 하우스'처럼, 많은 상업과 금융 기관들이 커피 하우스를 통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영국 동인도회사를 통해 대량으로 유입된 **차(Tea)**가 점차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커피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약해졌습니다. 차가 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가정에서 즐기기에도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차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됩니다.

🏛️ 문화와 전통: 샌드위치와 함께하는 '커피 타임'

영국의 커피 문화는 이탈리아처럼 '에스프레소' 중심이 아닌, '필터 커피'나 '롱 커피'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 필터 커피와 롱 블랙: 가정이나 직장에서는 드립 커피나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한 필터 커피를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롱 블랙(Long Black)'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호주/뉴질랜드에서 시작되었지만, 영국에서도 아메리카노와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 우유와 설탕: 영국인들은 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블랙 커피'보다는 '화이트 커피(우유가 들어간 커피)'의 소비가 많습니다.
  • '커피 타임'의 부활: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걸쳐 '커피 전문점'의 확산과 함께 영국의 커피 문화는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 코스타 커피, 카페 네로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성장은 영국인의 일상에 커피를 다시 깊숙이 들여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샌드위치, 케이크와의 페어링: 차 문화의 영향을 받아 커피를 마실 때도 샌드위치, 스콘, 케이크 등과 함께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는 이탈리아처럼 간단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것과는 다른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형성합니다.
  • 독립 카페의 부흥: 런던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독립 로스터리와 스페셜티 커피숍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커피의 맛과 품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다양한 커피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다양한 커피와 함께 최신 추출 방식(푸어오버, 에어로프레스 등)을 선보입니다.
    신사의 나라에서 피어난 커피 향: 영국 커피의 역사와 문화

 

👅 맛의 특징: 부드러움과 균형

전통적인 영국 커피의 맛은 이탈리아의 강렬하고 다크한 에스프레소나 프랑스의 풍부한 아로마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 부드러움과 균형: 일반적으로 산미가 강하지 않고, 쓴맛도 과하지 않은 부드러운 맛을 선호합니다. 바디감은 중간 정도이며, 밸런스가 좋은 커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우유와의 조화: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유와 잘 어울리는 고소하고 견과류 향이 나는 블렌드가 인기가 많습니다.
  • 로스팅: 이탈리아처럼 강하게 다크 로스팅하기보다는, 미디엄에서 미디엄-다크 로스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원두 본연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 다양성의 공존: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싱글 오리진 커피의 산미를 즐기거나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의 섬세한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영국 커피의 맛'을 하나로 정의하기보다는,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스페셜티 맛이 공존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 주요 영국 커피 브랜드

영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함께, 품질 높은 로스터리들이 존재합니다.

  1. 코스타 커피 (Costa Coffee)
    • 창립 및 기원: 1971년 이탈리아 코스타 형제가 런던에서 설립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점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 특징: 이탈리아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지만, 영국 대중의 입맛에 맞게 조절된 메뉴를 제공합니다. '콜드 브루' 등 신메뉴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 시장 내 위치: 영국 내 매장 수 1위, 시장 점유율 1위 (2025년 기준). '영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습니다.
    • :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균형 잡힌 맛이 특징입니다. 로스팅이 강하지 않아 대중적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2. 카페 네로 (Caffè Nero)
    • 창립 및 기원: 1997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탈리아 스타일의 커피 체인점입니다. '네로'는 이탈리아어로 '검은색'을 뜻합니다.
    • 특징: 아늑하고 편안한 유럽식 카페 분위기를 강조하며, 고품질의 이탈리아 스타일 에스프레소를 제공합니다.
    • 시장 내 위치: 코스타, 스타벅스와 함께 영국의 3대 커피 체인점으로 꼽힙니다.
    • : 다른 두 체인점보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진하고 강렬한 맛을 선호합니다. 다크 초콜릿 같은 풍미가 특징입니다.
  3. 그라인드 (Grind)
    • 창립 및 기원: 2011년 런던 쇼디치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 특징: 카페, 레스토랑, 바를 겸하며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사 메뉴와 칵테일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홈커피 제품(캡슐, 원두)으로 확장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캡슐을 강조합니다.
    • 시장 내 위치: 런던의 힙스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온라인 홈커피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 모던하고 트렌디한 스페셜티 커피의 특징을 따릅니다. 클린하고 균형 잡힌 맛, 싱글 오리진의 경우 원두 본연의 개성이 잘 드러납니다.
    • 국내 입점: 아직 공식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없으나, 온라인을 통해 해외 직구로 캡슐이나 원두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몬머스 커피 (Monmouth Coffee Company)
    • 창립 및 기원: 1978년 런던 코벤트 가든에 작은 커피 가게로 시작한 유서 깊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입니다.
    • 특징: 품질 좋은 싱글 오리진 커피와 소규모 로스팅을 고집하며,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릴 정도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시장 내 위치: 런던 내 소수의 매장만을 운영하지만, 커피 전문성과 품질 면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습니다. 많은 독립 카페에 원두를 공급합니다.
    • : 원두의 개성을 살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이 특징입니다. 라이트-미디엄 로스팅으로 산미와 과일향, 꽃향기 등이 풍부하게 살아있습니다.
    • 국내 입점: 공식적인 국내 입점은 없으며, 해외 여행객들이 직접 구매하거나 소규모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로 유입됩니다.

📈 앞으로의 전망

영국의 커피 시장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장될 것입니다.

  •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성장: 런던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더욱 대중화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커피 지식이 높아지고, 다양한 맛과 추출 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입니다.
  • 지속 가능성 강조: 환경 문제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공정 무역, 유기농, 친환경 포장재 등을 내세우는 브랜드들이 더욱 각광받을 것입니다.
  • 홈커피 시장의 다변화: 팬데믹 이후 홈카페 트렌드가 고착화되면서, 다양한 원두, 캡슐, 커피 머신, 그리고 홈 로스팅 기기 등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 기술 접목: 스마트 커피 머신,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커피 추천 서비스 등 기술이 접목된 커피 경험이 더욱 보편화될 것입니다.
  • 경쟁 심화: 대형 프랜차이즈와 독립 카페, 그리고 온라인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각 브랜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할 것입니다.

📈 국내 입점 현황 

1. 코스타 커피 (Costa Coffee)

  • 국내 직영점 또는 프랜차이즈 매장 없음: 코스타 커피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국에 공식적인 직영 매장이나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루머는 있었지만,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 일부 제품 수입: 매장 형태는 아니지만, 간혹 코스타 커피의 RTD(Ready To Drink) 캔/병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 제품이 대형 마트의 수입 코너나 온라인 해외 직구/구매대행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국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현지의 맛을 그리워하며 찾는 정도입니다.

2. 카페 네로 (Caffè Nero)

  • 국내 입점 없음: 코스타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페 네로 역시 현재까지 한국에 공식적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네로'라는 이름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게임이나 다른 분야의 브랜드이며 커피 브랜드 '카페 네로'와는 무관합니다.

3. 그라인드 (Grind)

  • 공식 매장 없음, 온라인 직구/구매대행 활발: 그라인드 커피는 현재까지 한국에 공식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래머블'한 브랜드 이미지와 재활용 가능한 커피 캡슐 등으로 영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그라인드 커피의 원두, 캡슐, MD 상품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층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4. 몬머스 커피 (Monmouth Coffee Company)

  • 공식 매장 없음, 커피 애호가들의 직구/구매대행: 몬머스 커피는 런던 내에서도 매장 수가 적고, 품질 좋은 원두를 고집하는 스페셜티 로스터리입니다.
  • 따라서 국내에 공식적으로 입점된 매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런던 여행을 다녀온 커피 애호가들이나 스페셜티 커피를 깊이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원두를 구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런던 커피 투어'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5. 기타 영국 커피 브랜드

  • 리틀스 커피 (Little's Coffee): 영국산 인스턴트 커피 중에서는 '리틀스 커피'와 같이 천연향을 첨가한 플레이버 커피들이 국내 온라인 채널이나 일부 수입 식료품점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선물용이나 독특한 향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합니다.
  • 포트넘앤메이슨 (Fortnum & Mason): 이 브랜드는 원래 차로 유명하지만, 커피도 판매합니다. 국내에는 **포트넘앤메이슨 공식 매장(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입점해 있어, 해당 매장에서 포트넘앤메이슨의 커피 원두나 분쇄 커피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 해롯 (Harrods): 런던의 유명 백화점 해롯에서도 자체 브랜드 커피를 판매합니다. 국내에는 해롯 매장이 없지만, 직구 등을 통해 일부 제품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 국내 입점 현황 요약

영국 커피 브랜드들은 이탈리아(일리, 라바짜)나 미국(스타벅스) 브랜드처럼 대규모 프랜차이즈 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사례는 아직 드뭅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1. 온라인 해외 직구/구매대행: 가장 활발한 유통 채널입니다. 영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는 트렌디한 브랜드(그라인드)나 스페셜티 로스터리(몬머스)의 제품들이 이 경로를 통해 국내로 유입됩니다.
  2. 일부 제품 수입: RTD 음료나 인스턴트 커피, 일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의 커피 제품이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의 수입 코너에 입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B2B 공급 (제한적): 카페 리차드와 같이 호레카(레스토랑, 카페) 시장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는 국내 일부 고급 카페나 레스토랑에 원두를 공급하는 형태로 진출해 있습니다.

영국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영국 커피 전문점'이라는 명확한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유통과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들의 관심을 통해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영국 커피 문화의 매력이 더욱 알려지면서, 더 많은 브랜드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국 커피는 '차의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제는 '커피의 나라'로서도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커피 하우스가 그러했듯, 현대 영국의 카페들 역시 단순한 음료 공간을 넘어 문화와 소통의 장으로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신사의 나라에서 피어난 커피 향: 영국 커피의 역사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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